인상깊은 구절
"유리씨 말하는 거야?"
"그래"
"야 참....멋진 일이네"
나는 놀리는 마음으로 말했는데, 아빠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매일 보는데도 도통 종잡을수가 없고,
어떤 얼굴인지 잘 모르겠다. 얼굴 주위에 뭐랄까..."
아빠는 얼굴께에서 두손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른아른한, 예쁜 천 같은 것이 살랑살랑거리고,
그너머는 확실하게 보이지가 않아."
엄마가 죽고, 직장마저 잃어버린 아빠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라 불리는 "유리"에게 푹빠진다.
어둡고 쾌쾌한 옛 댄스교습소 건물에 사는 아르헨티나 할머니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아빠 (그것도 엄마가 죽고나서)
이것이 나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책속에 나오는 딸은.
자연스럽게 슬퍼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좋아하게 된다.
사람이 죽는것이 당연하고
사랑을 느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것이 당연할 뿐,
그 삶속에는 어떠한 도덕적인 시선이나, 강요된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내가 살아가는 이곳에서는
안타깝다거나, 망칙하다거나.. 어이없어하는 시선으로 보게될 장면임에도..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 시선 틀리지 않았음을 찾고 있었던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당연히 지켜야할 도덕적 잣대라고 말하던 그 무엇을
다른 사람이 저질럿으면 조롱했을 것이고,
내가 당사자의 입장이라면 숨기고 싶어했을
주위 시선에 얽메여 있는 일상속에 당연한 듯이 살아가지만,
정작 그들이 모습에서 나는
비합리적인 어떠한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사람이 왜 유적을 만드는지 알아?"
"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일거야"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이야말로
정말 슬픈 일이고, 실제로 죽는 것이듯
스타일 하나 남기고 가자.
"미쳐서 살고 정신차려 죽다"라는 묘비하나 남기고 간 돈키호테 처럼..
IT, 베이스, 쇠, 상모, 아버지, 아들, 남편 으로서 연상될
30여년의 내 모습에서..
결국 나란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유적으로 남을것인가?
두시간만에 뚝딱 읽을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명작.
2010/05/22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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