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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나암 2016. 10. 17. 00:43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얼마전 신입사원 서류전형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더군요. 

그때 경험한 고충을 기반으로 자소서 작성에 대한 다소 현실적인 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심사를 맡았던 직무는 IT계열사의 신사업기획 분야였습니다. 경쟁율은 130:1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당연하게도 매우 많은 지원서류가 눈앞에 펼쳐저 있었고, 두가지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생각1. 요즘 취준생들은 입사 서류를 20개는 쓴다고 하던데, 취업전쟁이 장난이 아니구나... 

내가 감히 이들의 치열한 인생을 평가할수 있을까. 신중해야 겠다. 

 

생각2. 근데 이걸 다하려면 집은 언제가지?

 

두번째 생각에 이르면 덜컥 겁이납니다. 서류가 130개라고 해도 하나에 5분씩 심사 한다고 하면 650분. 60으로 나누면 약 11시간. 점심시간, 화장실가는 시간을 생각하면..12시간동안 서류 심사를 해야한다는 계산이 되더군요

 

시간에 대한 압박은 곧 피곤함을 동반한 조급증으로 이어지고. 오후시간에 이르면 처음의 사명감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눈과 어깨는 뻑뻑해지고, 결리는 허리에 자세는 삐딱해지며, 남은 서류와 현재 시간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횟수가 잦아지게 되지요. 눈은 자소서를 읽고 있지만, 머리는 어제 먹은 양갈비가 자꾸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특히, 초반의 정독으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오후 2~3시경에 이르면 퇴근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해지며 피로감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자, 심사위원들의 상태가 대충 이렇게 극도의 피곤함과 조급함을 느낀다는 것을 인지하고,

 

"적어도 피곤한 심사위원들에게 버림받지 않는 자소서" 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자소서를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이 처한 환경이 

① 누구도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를 두고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과 (물론 크로스체킹을 합니다만..)

② 생각보다 별것 아닌 사소한 문제로, 점수를 낮게 주거나 심지어 심사를 Pass 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당연히 여러분의 자소서를 정독해 주리라 기대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내 자소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어도 두가지 맥락에서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1. 가독성 측면 : 심사위원이 집중할 수 있는 자소서

 

 

집중할 수 없는 자소서는, 생각보다 읽은 것 자체만으로 고역입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자소서는 처음 접한 시점부터 한숨이 절로 나오고, 심지어 지원자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도 하지요(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것이야! 라는 생각에). 차라리 맞춤법이 틀린다거나, 회사이름을 잘못 표기하는 것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정말 많더군요)

 

 

가독성과 관련하여 몇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 문단 처리 하기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단락이 끝났으면 문단처리를 통해 가독성을 높이기를 바랍니다. 할말이 끝나고나서 엔터를 한두번 누르는 것이 어려운일은 아니겠지요? 문단처리 없이 통짜로 구성된 모든 내용을 보고있자면, 정말 눈이 빠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옵니다.

 
  • 두괄식으로 정리

특히 과거의 경험을 사례로 들때, 많은 지원자들이 사건을 시계열로 풀어씁니다. 예전에 이런적이 있는데, 어떤문제가 있어서, 어떻게 해결했고...라는 식이지요. 이런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은근 정신적인 데미지가 발생합니다. 

 

지원 직무에서 필요할 만한 인재상 또는 통찰력있는 의견 등을 서두에 제시하고, 사례를 통해 본인이 그러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순서가 훨씬 읽기도 편하고 집중이 잘됩니다.

 

  • 과거 경험은 직무에 관련있는 걸로 한두개만.
본인의 능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과거에 수행했던 프로젝트나 경험들, 자격증들,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나열하는 자소서가 많이 보였습니다. 이또한 지원 직무에 진정 꼭 필요한 핵심 경험 한두가지만 정리해서, 심사위원이 집중하기 편한 자소서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2. 컨텐츠 측면 : 심사위원이 흥미를 느낄만한 자소서

 

 

 

 

컨텐츠를 충실히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백장 이상의 자소서를 보는 심사위원들에게, 참신하고 알찬 구성으로 짜여진 자소서는 좋은 평가 이상으로 심사의 활력소로서 작용합니다.  

  • 전부 팀장하면 팀원은 누가하나?

많은 자기소개서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과거의 경험이 있다면, 한 단체의 '장'이 되어 리더십을 발휘한 사례였습니다. 프로젝트 팀장, 조장. 동아리나 학회 회장, 패장.. 심지어 군대 병장 시절까지 끌고와서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탁월한 역량을 어필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것이 '리더십'이라기 보단, 직장 동료들과 상사에 대한 '팔로워십' 이라는 것을 염두해 두고 자소서를 쓰는 것이 오히려 '덜' 식상합니다.

 

  • 다른 회사의 지원서를 Copy & Paste ?

자소서 양식에서 A와 B에 대해서 질문했다면 그에 합당한 A'와 B' 에 대한 답변을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전혀 문맥상 맞지 않는 C와 D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질문에 대해 기대되는 맥락의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경우, 질문을 따라 정신줄을 이어가던 심사위원들의 가녀린 멘탈은 쉽게 붕괴됩니다. 그동안 다른 지원서에 썻던 내용을 Copy & Paste 했구나.. 라고 중얼거리며 낮은 점수를 주게 될 수 있지요..

 

심지어 지원했던 타 회사명을 바꾸지 않고 제출된 자소서도 있더군요..

 

(이경우 뒷 내용을 볼것도 없이 탈락시키도록 시스템화 되어있었습니다..고맙게도..)

 

  • 첫 질문의 대답을 맛깔나게 하라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맛깔나게 하면, 두번째도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눈길을 끌었던 내용이나 혹은 그에 대한 감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회사와 업의 본질을 잘 꿰뚫었네

- 본인이 걸어온 길이 어떤 철학이 있었네

- 심장이 벅차오르던 감동의 순간이 흥미롭네

- 지원한 동기가 잘 Align 되네

 

  • 마지막 한문장도 중요

자신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활력소가 되겠습니다.. 라는 식의 선언적 멘트는 피곤한 심사위원들에게 그저 '드디어 끝이구나' 정도로 인식될 뿐입니다.차라리 미래 경쟁환경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이 이런쪽이니 어떻게 기여하겠다. 거나, 사회 경제적인 Trend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며 방향을 제시하는 등.

 

선배입장에서 '오호 이놈 봐라?' 라는 생각으로 환기하며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곧바로 이어질 평가 결과 작성에 좋은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그밖에..지극히 주관적인 조언

  • 봉사활동 이력은 자세히 보지 않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이기 때문일까요?
  • 스스로를 깍아내리는 불필요한 표현들은 어떤 이유에서도 사용하면 안될것 같습니다 (겸손함을 보이려는 의도인가요)
    ex:) '솔직히 공부에는 흥미가 별로 없었지만..', '원래 게으른 성격입니다' 등.   
  • 운전면허, 태권도단증.. 등의 자격증은.. 올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가산점은 없고, 그냥 안타까운 마음이었어요
  • 길게 쓴다고 좋은것이 아닙니다..읽어야 할 양이 많아졌을 뿐입니다. 짧게 써도 구성과 컨텐츠가 좋다면 오히려 좋은 점수를 드렸습니다
  • 창업해봤다고 하는 지원자가 엄청 많았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창업스팩인가요? 하지만 대부분 실속이 없어서 이마저도 식상했습니다. 매출 등 어떤 부분을 성공했는지 실적 또는 차별화된 경험을 이야기 하면 좋겠습니다. 
  • 식상한 단어 : 꾸준함. 성실함. 리더십, 빅데이터, 자신감, 나의 역량, 노력

 

 

심사를 진행하며 요즘 취준생분들에 고충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정말 많은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하고있고, 어학은 기본에 다양한 인턴경험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 때, 스스로의 삶에 대한 태도. 비전 또는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한 분들의 자소서가 확연히 눈에 띄었습니다. 남들이 하니까 왠지 나도 해야할 것 같은 몇몇 스펙을 쌓기 보다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 스스로의 삶의 무게와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더욱 '멋진 경험'을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입사'란 말그대로 사회에 첫 발을 들이는 관문일 뿐이니까요. 이후 펼처질 직장생활은 곧잘 전쟁터가 되기도 하는 아수라장입니다. 부디 긴 호흡으로 인생 전반에서 활용될 '진정한 스펙'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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